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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낙원목욕탕

기사승인 2023.06.02  13: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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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년 전 퀸사우나로 개칭한 낙원목욕탕(이하 낙원탕)이 휴업에 들어갔다. 안내문 말미의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라는 글귀를 보니 사실상 폐업이란 생각이 든다.

  1977년, 군 단위에서는 보기 드문 덩치와 시설을 자랑하며 건립된 낙원여관(현 퀸모텔)의 부속 건물로 지어진 낙원탕은 46년동안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청결과 피로해소를 돕던 따듯한 공간이었다.

  낙원여관이 건립될 당시 영월에는 북면 마차리 대한석공, 상동읍 대한중석, 주문리 옥동광업소 등 굵직한 광산을 배경으로 소규모 탄광들이 여러 곳 박혀있었다. 먹고살기 어려웠던 시절 일자리를 찾아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덕분에 영월 인구는 12만8000명을 상회하며 시(市) 승격을 검토 건의할 정도였다.

  산악을 낀 광산지역 특성상 평지가 좁고 도로가 협소하여 인프라 구축이 어려웠던 터라 광업소 종사자와 그 가족들은 평지가 넓고 인프라시설이 그런대로 갖춰진 영월 시내로 자연히 몰릴 수밖에 없었다. 식당은 손발이 바빴고 술집은 밤새워 흥청거렸고 여관은 문전성시를 이뤘고 목욕탕은 항상 북적거렸다. 평소 보지 못하던 지인이나 친구들도 목욕탕에선 언뜻언뜻 만날 수 있었으니 만남의 광장이기도 했다.

  한껏 기세를 올리던 중 1987년 정부에서 석탄산업합리화 사업단을 발족시켰고, 뒤이어 1989년부터 본격 시행된 석탄산업합리화 정책으로 폐광이 속출하고 인구는 빠르게 감소했다. 거리가 한산해지면서 경기는 주저앉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님은 조금 줄었지만 낙원탕은 그런대로 적정 수준은 유지됐다고 본다.

  하지만 3년 전부터 코로나가 창궐하면서 손님 발길이 드문드문해지고, 코로나가 잦아들 무렵 글로벌 경제위기가 터지면서 사람 발길이 뚝 끊겼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에너지값 폭등은 이미 예정돼 있는 상태다. 옥죄어오는 이 모든 상황에서 낙원탕도 더 이상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도 고마운 것은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면서 전국 동네 목욕탕이 거의 다 문을 닫는 통에 목욕 한 번 하려면 차로 20~30분, 길게는 40~50분씩 가야 하는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졌음에도 그런 험한 일 당하지 않게 꿋꿋이 버텨 준 낙원탕에 박수를 보낸다.

  세월이 가면 모든 것은 하나하나 사라진다. 그리고 사라진 것은 추억이 된다.

  그동안 고마웠네, 낙원목욕탕. 이젠 푹 쉬게.

 

강명완 풍수원식당 운영인

<저작권자 © 영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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