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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 각한치를 넘는다

기사승인 2022.09.02  13:4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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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의료원 3층 옥상정원 앞 306호

한 남자가 너부내 각한치(角汗峙)를 넘는다

 

유년의 등굣길이었던 고개를 마지막으로 넘고 있다

힘이 드냐고 물었다

힘들지는 않은데 숨이 차다고 한다

숨이 찬데도 인공호흡기는 필요 없다고 한다

어린 사내아이가 병문안을 왔다

아이를 보는 순간 얼굴이 붉어지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돋을볕에게 이렇게 말을 한다

내가 너 장가가는 것을 꼭 보려고 했는데

하면서 손을 꼭 잡는다

나는 한낮임에도 해거름에 검기울어가는 창가에 있다

남자의 숨소리가 오래된 소나무 껍질처럼 점점 거칠어진다

거친 숨소리에서 저녁으로 손칼국수를 삶던 기억 잃은

한 여인과 누대(屢代)의 가계가 떠오른다

이제는 남자가 바깥세상을 볼 수 없다는 것을 안다

남자는 어린아이들을 잘 키우라는 말과 함께

몇 마디를 덧붙인다

남자에게 다가가서 가만히 안았다

따뜻함이 전해온다

 

그 남자가 심어놓은 밤나무에서

임인년壬寅年의 꽃이 핀다

 

엄의현 시인

<저작권자 © 영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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